[충칭(중국)=류근원 기자] 전기차 가격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은 배터리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 생산 배터리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제와 배터리를 만든다고 해서 기존 배터리 업체의 기술을 따라 잡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비야디(이하 BYD)는 이런 고민이 필요 없다. 출발이 배터리였기 때문이다. 1994년, 국영 배터리 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왕촨푸(王传福)는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BYD를 창업했다. BYD는 'Build Your Dreams'(당신의 꿈을 지어라)의 이니셜을 따온 조합이다.
1996년 리튬이온배터리 연구에 착수한 BYD는 2000년부터 모토로라와 노키아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입지를 굳혔다. BYD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전 세계 휴대전화 배터리의 1/3이 자신들의 제품이었다고 했다.
2008년부터는 차량용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며, 차량용 반도체까지 개발했다. 이제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중장비와 버스, 모노레일까지 생산한다. 유리와 타이어 빼놓고는 다 만든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BYD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2020년에 BYD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스의 주도로 개발됐다. 이 배터리는 낮은 표면 온도와 산소 방출 방지 기능이 자랑이다. 요즘 전기차에 주로 채택되고 있는 니켈 · 코발트 · 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와 기존 LFP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수명 면에서 앞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BYD는 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외부 충격이나 충돌 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산업 표준을 재정의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중국 충칭시에 위치한 BYD 배터리 공장을 방문했다. 충칭시는 중국 시난(西南) 지방에 위치한 중국 4대 직할시 중 한 도시로 인구는 약 3천만 명이 넘는다.
충칭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BYD 핀드림스배터리 공장은 LFP 블레이드 배터리의 생산 거점이다. 공장을 짓는데 180억 위안(한화 약 3조4650억 원)이 투입됐다. 1공장은 6초마다, 2공장은 3초마다 1개의 셀을 생산하며, 생산 공정은 100% 자동화로 설계됐다. 엄격한 안전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내부는 미세먼지 유입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배터리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습도와 온도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보안상 사진 촬영도 엄격히 통제됐다.
BYD 관계자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내부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미세먼지 하나 유입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면서 “습도는 1퍼센트 미만(공장 외부 일일 평균 습도 60~80%)으로 제한하고, 온도도 25도로 맞추고 있다”고 했다.
공정 정밀도에 대해서는 “셀 끝부분에 있는 1미터(m) 자극편의 허용 오차는 ±0.3밀리미터(mm) 이내이며, 개별 점착 공정은 0.3초 이내 끝낼 정도로 신속·정확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대부분의 BYD 전기차량에 탑재되며 국내에선 지난 2023년 출시한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차량에도 탑재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출시 당시 배터리 보증기간을 국내 최장 수준인 10년/100만km로 내세워 눈길을 끈 바 있다.
BYD는 현장을 찾은 국내 기자단에게 자사의 LFP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정성을 직관적인 비교 폭발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BYD 선전시 본사 2층 전시관 실험실에서 진행된 LFP 블레이드 배터리와 NCM 삼원계 배터리와의 폭발 비교 테스트는 인상적이었다. NCM 배터리의 경우 날카로운 송곳이 배터리를 통과하자 불꽃이 뿜어져 나오면서 강력한 폭발음과 파편이 튀었다. 시간이 지나도 배터리 전체에 붙은 불길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반면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송곳이 배터리를 관통했으나 별다른 이상 현상은 없었다.
BYD 관계자는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화재 건수가 거의 없다"면서 "‘안전은 가장 큰 럭셔리다’라는 것이 BYD가 지키려는 기본 이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