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민 기본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기본소득 지급과 전 국민 고용보험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소득은 소득과 자산 수준,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지만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노동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며 “2012년 대선의 기초연금 공방이 똑같은 사람에 의해 10년 후 대선의 기본소득에서 재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한 기초연금”이라며 ““당시 민주당에서도 노인 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선수를 뺏겼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놓고 기초연금과 똑 같은 일이 재현되고 있다”며 “일시적 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의 놀라운 경제회복 효과가 증명되었음에도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다”며 “소비 절벽으로 경기 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에 대한 아젠다는 경제적 무기력증과 저성장을 이전에 경험한 유럽에서는 1980년대부터 일부 좌파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핀란드는 실업률이 치솟자 2017년부터 2018년 말까지 2년 기한으로 25~58세 실직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아무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4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시범 도입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는 2018년 4월 23일을 끝으로 이 제도를 더 이상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부당은 막대한데 반해 빈곤해소효과가 크지 않고 실업률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위스는 2016년 6월 재정부담을 우려한 국민이 기본소득 도입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스위스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는데 유권자 76.9%가 반대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에선 2016년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후보 등을 중심으로 소득보장에 대한 제안이 이뤄진 정도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제안에 박원순 시장은 SNS에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는 것이 정의와 평등에 맞는 조치”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대응했다.


박 시장은 “‘예산 24조원, 성인 인구 4000만명, 최근 연간 실직자 200만명’을 가정하면 전 국민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하게 된다”며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며 기본소득보다 고용보험의 효용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종사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지만 이들은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21세기 복지국가’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의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고용보험은 월 고용보험료를 납입하고 실직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는 형식의 보험을 말한다. 현재 고용보험제는 전체 근로자의 49% 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비정규직, 임시직,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구조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고용보험을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이 커 불리하다. 자영업자의 경우 고수익 자영업자와 영세 자영업자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는 저소득 노동자에 가깝기 때문에 세금 기준으로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는 공정과 형평성의 문제다.


현재의 고용보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은 월 일정액을 보험료로 내고 실직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는 제도로 '실업부조'와 유사하다. 실업부조는 노사가 같이 내는 고용보험과는 달리 실업 문제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보수 입장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데 고용부담까지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고수익 자영업자와 영세자영업자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지 세금이나 국가 재정으로 실업자를 보호할 때 꼼수 무노동 실업자를 어떻게 걸려낼 지는 숙제일 수 밖에 없다.    


기본소득제 도입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내세웠다. 대상과 금액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10조6,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 3차 추경예산 547조1,0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박 시장과 이 지사의 전 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으로 입장이 나뉘었다. 특히 이 지시가 기본소득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보수 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강조해 친문 세력 규합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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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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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칼럼]기본소득제와 전국민 고용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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